Jul 2024
바쁜 7월이 지나갔어요. 태풍은 안 왔는데 대학원은 온 순간이 태풍이군요. 그래도 다양한 기회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한 달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운동이라는 것을 몹시 싫어했어요. 가만히 있는 것도 벅찬데 운동까지 하면 힘들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불어난 지방과 부쩍 더워진 날씨에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정량의 운동이 필요해보였습니다. 돼지인 것은 똑같아도 덜 건강한 돼지보다는 좀 더 건강한 이베리코 돼지가 되기로 결심했달까요? 이베리코 돼지는 같은 목살인데도 가격이 세 배잖아요.
7월 1주차 (6월 30일 ~ 7월 6일)
7월 5일에서 6일에는 세종시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불평등연구회가 주최한 “불평등연구회 학술 심포지엄” 예정되어 있었는데 좋은 기회로 제가 여기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석사과정의 이야기지만 이걸 들으러 오셨는데 또 너무 허접이면 송구스러우니까 최대한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를 했어요!
물론 발표 전 데이트는 최고의 선택. 짝꿍은 조만간 가족여행이 예정되어 있어서 미리 전화예약 대본을 쓰는 중입니다. 저는 딸-빙을 먹으면서 마지막 스퍼트로 슬라이드를 수정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대본대로 잘 예약하길래 아주 기특했습니다.
딸-빙 다음 날이 바로 제 발표일이었기 때문에.. 저는 발표를 하러 저멀리 세종특별자치시로 떠났습니다. 기차를 타도 되었지만 이게 또 여름 + 숙소가 제공된다는 사실로 인해 편안하게 차를 타고 이동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이름이 박힌 명찰을 받아들자 뭔가 실감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KDI… 멋지고 좋았습니다. 여기서 마련해 준 숙소도 굉장히 좋았어요. 원래는 프로그램 상 저와 교수님이 공동연구자로 들어가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트윈룸으로 배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께서는 육아 이슈로 인해 첫째 날 저녁식사 이후 바로 서울로 올라가셔서 제가 그 큰 방을 혼자 썼어요. 조식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7월 2주차 (7월 7일 ~ 7월 13일)
이제는 7월 말에 있는 또 하나의 국제 학술대회인 WAPOR 2024를 준비하기 위해서 학교를 매일 다녔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원래 아이패드가 3개였는데, 실질적으로 아이패드를 3개나 쓸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장 상태가 메롱이었던 (당근으로 팔기가 좀 미안한) 프로 11인치 녀석을 Apple Trade-in으로 접수해버렸어요.
나름 2020년 구매한 아이패드이고, 뒷판은 거진 무슨 사포로 간 듯 한 모양새였지만 그래도 35만 원이라는 거금에 구매를 해주어서 바로 팔아버렸어요. 공홈 Trade-in은 외형은 깨지지만 않았으면 별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화면이랑 카메라, 터치스크린 잘 작동하고, 모든 버튼 이상없이 눌리기만 하면 웬만하면 저기 약속된 돈 다 줍니다. 보내는 것도 집 근처 CU에서 보내면 돼서 굉장히 편해요. 현장감가 이런 거 없음!
대신 이제 이동하면서 실질적인 작업을 하기에 아이패드 프로 12.9는 살짝 애매한 감이 있어서 맥북에어 M2를 대단히 저렴한 가격에 쿠팡에서 업어왔어요. 이번에 M3 제품이 나오면서 M2 제품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내려갔더라구요.
이제 집에서는 맥북프로 M1 Max로, 학교에서는 맥미니 M2 Pro로 무거운 작업을 할 수 있으니, 가볍게 들고다니면서 가벼운 문서작업 / PDF 읽기 등을 하기 적합한 맥북에어 M2를 활발하게 사용해볼 생각입니다. 실제로 지금 시점 (8월 중순)으로는 구매한 지 한 달 조금 넘은 시점인데, 솔직히 만족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얇고, 가볍고, 팬리스라 고장날 부품이 많지 않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7월 3주차 (7월 14일 ~ 7월 20일)
저는 이후 진로를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으로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경제학 박사를 한다는 의미는 교수직을 고려한다는 의미인데, 안정적인 인서울 4년제 종합대학의 조교수 임용을 위해서는 못 해도 Top 50 이내 학교에 진학해야 한다. 과연 내 학부 학점 + 경제학에 대한 관심도가 Top 50 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인가 ? ➡️ No
비록 Stipend나 Scholarship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비용 충당이 가능할 수 있으나, 국내의 생활 대비 해외의 생활이 그만큼의 메리트가 있는가 ? ➡️ No
내가 경제학 분야를 더 깊게 팔 용의가 있는가 ? ➡️ No
사실 석사과정에 재학하면서 크게 느낀 것이 하나 있는데, 제 관심사는 경제학 도메인을 활용해서 뭔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그런 곳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제학 분야의 이론을 깊이 판다고 해서, 이미 과포화상태인 전통 학문에 크게 반하는 이론을 제시할 것이라 기대치도 않을 뿐더러,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기에는 오히려 사회학 분야가 적절치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저는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의 한 교수님께 컨택을 했고, 마침 연구실에 방문해서 랩 세미나에 한번 참석해보겠냐는 제의를 주셔서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달려가서 랩 세미나를 들어보고, 교수님과도 오프라인으로 면담을 진행했고, 9월 초에 이제 입학전형이 열리면 지도교수 신청서에 서명을 부탁드렸습니다. 나름 잘 풀린 것 같아 다행이지만 아직 긴장을 놓을 수는 없겠습니다.
아 그리고 진짜 시설이 맨날 다산경제관에 있다가 새로운, 심지어 이공계 대학원 건물 가니까 진짜 별천지더라고요… 성균관대 좀 분발 필요
전혀 다른 분야로 진학하는만큼 기계학습이나 방법론에 대한 지식을 쌓을 필요는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8월에 있을 수강신청에선 우리학교의 데이터사이언스융합학과나 AI시스템공학과 등에서 열리는 기계학습 강의를 수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7월 4주차 (7월 21일 ~ 7월 31일)
7월 말에는 WAPOR 2024 학술대회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 전에, 제가 그동안 소련제 제니트 카메라의 수동적인 직관성이 마음에 들어서 애용했으나, 그래도 이제 당근마켓에서 열심히 EOS-5를 찾아보고 있었어요. 그 와중에 거의 새 제품처럼 생긴 녀석을 하나 들이게 되었습니다. 기본 렌즈까지 포함이라 횡재였죠.
사실 머리 식히러 사진을 찍으러 무작정 북악정으로 갔습니다. 참고로 저는 7월 31일에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우리학교 국제관에서 진행되는 컨퍼런스인데 나름 국제 학술대회라 마음이 떨렸나봐요 안 하던 짓을 하고…
역시 컨퍼런스 전에는 데이트가 국룰이니 발표 전날, 저는 성수에서 짝꿍과 한 잔 걸치며 해-삐한 날을 보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짝꿍을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라 맛있는 술도 막 먹었어요. 근데 이 날 성수에 막 어떤 행사가 있었더라고요? 우린 모르고 그냥 왔긴했어요. 사람 많은 건 좀 별?루
이번에 하는 컨퍼런스는 세계여론조사협회 WAPOR (World Association for Public Opinion Research)에서 진행하는 연례 학술대회입니다. 해는 마침 서울에서 진행하게 되어 좋은 기회로 여기서 발표를 하게 되었고, 나름 두번째 발표라고 좀 풀어져서 편하게 발표했어요.
4일 행사 중 마지막 날 (31일)에 제 세션이 있어서 많이들 올까 싶기도 했고, 사실 좀 안일하게 준비를 했어요. 설마 10명이나 오겠어 했는데 생각보다 열정이 대단하더군요. 많이 오셔서 석사과정의 뽀짝한 발표를 듣고 가셨습니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사람들의 관심이 꽤 몰린 것 같기도 해요. 요새 이슈인 고령화 + 뉴미디어를 함께 이야기하다보니..
발표를 했으니 긴장이 확 풀려서 짝꿍이랑 혜화 데이트를 했어요. 이 날은 되게 더운 날이었는데 그래도 맛있는 스시를 먹었습니다. 무제스시라는 곳인데 여기가 되게 고오급스러운 느낌으로 정갈하게 음식이 나와서 좋아요. 한 달의 마무리를 맛있는 음식으로 해서 매우 행복했습니다.
총평
한 달이 후다닥 지나갔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일들이 있었고, 배울 기회도 많았던 방학이었어요. 배울 기회가 많다 = 일이 많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이게 또 일을 잘 쳐내야 배우는 것이죠. 적당히 대충대충 하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그런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요.
저는 뭔가 일이 주어지면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성격이에요. 아무래도 제게 일을 준 사람은 저를 믿고 일을 준 것인데.. 제대로 못 하면 실망하잖아요? 뭐.. 그것도 그렇고 그냥 애매모호하게 일이 끝나는 것을 몹시 싫어합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성향에 거절 못 하는 성격이 더해진..
8월은 상대적으로 덜 바쁘지만 그래도 학술대회도 있고.. 논문도 써야하고.. 개강 준비도 해야하고.. 호주 학술대회 준비도 해야하는.. 그런 일상을 보내야해요. 8월도 파이팅!